거의 모든 매체를 통해서 소개되는 뉴질랜드의 대표적인 관광 상품은 손타지 않은 자연과 그 자연에 잘 어울리는 양떼 들의 모습입니다. 뉴질랜드는 북, 남 이렇게 두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고 북섬은 섬 가운데에 있는 산악 지대, 겨울 시즌에 스키를 타는 풍경을 제외하면 거의 평탄한 편이기에 흔히 사진에서 보는 너른 들판에 한가로이 풀 뜯어먹는 양떼의 모습을 거의 매시 매초 볼 수 있습니다.

배를 타고 건너는 남섬은 많은 지역이 산악지역입니다. 그런데 산악 지역 많은 곳에서도 파란 잔디밭의 능선에서서 풀 뜯는 양떼를 볼 수 가 있습니다. 캠퍼밴을 타고 식구들과 같이 다녔기에 일반 관광버스가 많이 다니는 길보다 더 험하거나 더 인적이 드문 길을 일부러 골라서 다니기도 하였습니다. 남선의 목적지인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며칠 보내고 다시 북섬을 향해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많은 산악지역을 통과하면서 가끔씩 나타나는 비탈진 풀밭과 양떼들을 보면서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었고… 산에 자생하는 나무와 험한 계곡 등의 지형을 보면 그렇게 갑자기 어느 일정 부분만 예쁜 풀밭으로 남아있는 것이 이상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나무나 풀등 야생 식물들의 생존, 번식능력은 대단해서 해가 잘 들고 비가 충분히 오는 곳에 오로지 양떼가 노니는 풀만 클 수 없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간혹가다가 나타나는 나무 벌목 현장들, 끊임없이 지나가는 원목 운반 트럭들. 그런데 벌목이 끝나면 이곳 미국에서는 조그마한 나무들을 심어서 몇십 년 후를 대비하는 것을 북가주나, 오레건주에서 많이 보아왔는데 여기는 벌목이 끝나면 나무를 심는 것이 아니고 나무뿌리를 뽑아내고, 큰 돌을 치우고 다른 조그마한 잡목들을 전부 거두어냅니다. 어떤 곳에서는 이런 뿌리, 잡목들이 쌓여서 비에 썩어가고 있고 어떤 곳은 벌목, 잡목 처리 후에 그저 아무것도 없는 민둥산 같은 곳도 보입니다.

하하. 이제야 알았습니다. 관광객들이 다닐만한 길가 주변에 무대를 만들어서 양떼들을 올려놓는 것입니다. 벌목해서 나무를 팔고, 그 자리를 양떼로 채워서 타국에서 온 관광객들에게 사진으로만 봐왔던 모습을 가까이서 보게 만든 기가 막힌 연출이었습니다. 벌목이 끝난 현장을 자세히 보면, 뒤로 넘어가는 산등성이에는 항상 나무를 남겨놓습니다. 비탈진 언덕 파란 풀을 양들이 뜯고 능선 배경에는 커다란 나무들이 서있는 그림이 완성된 것입니다.

같이 캠퍼밴을 타고 가는 아이들에게 내가 본 것을 설명해주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공산품을 수입해야 하는 뉴질랜드는 IT산업을 키우고 있고 이미 자리 잡아가는 관광산업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서 내가 본 것 같은 무대를 연출한다고 말입니다. 비즈니스와 거리가 먼 아이들이니 그저 아버지가 이상한 궤변을 또 늘어놓는구나 하고 생각하는듯 했습니다. 참고로 IT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 많은 아시안 권역의 젊은이들이 이사/이주해와서 살며 수도인 오클랜드의 다운타운은 거의 30% 이상의 사람들이 동양인 젊은이들입니다. 픽업트럭 한대를 수입하려면 양 몇 마리를 키워서 잡아야 할까요. 당연히 IT 비지니스에 전력할 수밖에 없고 관광 자원의 수익 극대화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가지, 벌목과 양떼의 광경은 티 안나게 조용히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진행하는 사업이라는 것을 느꼈고, 거의 국책 관광 사업으로 진행되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사업은 양 몇 마리 키우는 한 개인이 진행할 수 있는 투자가 아니라고 계산이 되었기에 그렇습니다.